메이커 스토리
메이커 스토리 6 - 레그테크(규제관련 기술) 서비스 가설 검증하는 방법
April 17, 2021
메이커 스토리
April 17, 2021
준홍님은 현재 스타트업 스튜디오인 페어스퀘어랩을 이끌고 있습니다. 페어스퀘어랩은 지금까지 총 6가지의 서비스를 런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페어스퀘어랩은 다양한 서비스를 실험하고 런칭하는 스타트업 스튜디오이며 최근에는 해외 비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도와주는 트위그(https://disquiet.io/product/트위그)라는 서비스를 런칭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 직장은 97년도에 LG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자바, 오라클, 턱시도 같은 기술을 사용해서 화면 디자인부터 해서 분석 설계, 디비 모델링, 벡엔드 로직 구현하는 걸 보통 한명이 다 했었는데 그 일을 7년 정도 했어요. 그 이후에는 커리어를 바꿔서 컨설팅 회사를 3년 다니다가 2007년에 증권사 전략기획실에서 일을 했는데 금융업에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들어와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40세에 MBA 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MBA 과정을 마치고 코오롱이노베이스라는 벤처캐피탈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을 했었어요.
페어스퀘어랩은 2018년 가을에 창업을 했어요. 투자자로 일을 해보니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전보다 투자를 한 후에 투자한 스타트업이 변해가면서 제가 배우는게 훨씬 많다는걸 깨달았어요. 그러다 문득 창업을 안해보고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건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성장을 하려면 투자가 아닌 창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사업가로서 성장해보고 싶었던거죠. 직장인, 투자자로서의 경험은 충분했으니까요. 또한 그 시점에 저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앞으로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시장이 성숙하기 전부터 초기에 진입해서 창업활동을 하면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이해하고 기술이 자리를 잡는 것에 참여를 하고 싶었어요. 그 외에 투자자 관점에서의 성장도 계속 이어가고 싶었어요. 현재 저는 엔젤투자도 하고 있는데 사업하는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실질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투자를 하고 싶었어요.
정말 많은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가장 큰 건 창업이라는 것이 생각한 것보다 정말 훨씬 힘들다는 점입니다. 투자자들은 보통 창업자들이 사업모델을 전개하거나, 전략적인 고민, 투자유치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이런 것들도 정말 어렵고 힘든 일들이지만 실제 창업을 해보면 굉장히 자잘하고 모호한, 잘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이유들 때문에 힘들다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특히 이전에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중요하구나라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창업가와 나머지 창업팀의 이해관계가 잘 일치되었는지, 팀원들이 하루하루 일을 하면서 정서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는지 같은 것들이 생각보다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초기에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구체화해서 솔루션을 만들고 시장에 출시한 후 솔루션이 검증되고 Product market fit(PMF)을 찾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가다가 본격적으로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점이 되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셔와서 지분을 나눠주고 성장시키는 모델이에요.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기술들은 시장에서 정착하는데 시행착오가 많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해요. 예전에 인터넷 기술 확산 초창기를 생각해보면 1990년대와 2000년대에 Idealab, Rocket Internet, Prehype 등 스타트업 초기의 시행착오를 반복함으로써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정확한 TAF (Technology~Application Fit)을 찾아가던 때가 있었어요. 요새처럼 블록체인, AI 등 인터넷 기술에 비견될만큼 혁신적인 기술들도 TAF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기술에 집중하는 Startup Studio 모델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아이디어는 따로 저희가 프로세스가 있기보다는 자유롭게 나와요. 멤버 중에 한사람이 제안을 하기도 하고 직접 제가 생각한 것도 있어요. 트위그의 경우 처음에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투자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제가 제안을 했고, 그 막연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투자 커뮤니티 서비스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저희 회사의 여러 밀레니얼 세대 분들이 Brainstorming과 고민을 같이 해주신 결과로 Twig가 탄생했어요. 그 외 뉴스럴이라는 미디어 서비스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저희가 기술적으로 R&D 하던 빅데이터 크롤링 기술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기업의 홍보부서 업무에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저희 시니어 서비스 기획자 한분이 제안해주셔서 시작했어요.
체계적으로 리서치를 하고 시장조사를 해서 서비스를 진행시키기 보다는 직관적으로 현재 시장이 비어있다고 판단이 되면 애자일하게 MVP를 만들어서 던져보는 편이에요. 시장조사를 하는 것보다 빠르게 만들어서 던져보고 배우는게 더 빠르고 정보의 퀄리티가 높다고 생각해요. 이런 방식이 보통 투자자들의 접근 방식이랑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저희가 좋아하는 시장은 작은 시장 크기가 작다 하더라도 진입하기가 까다로워 블루오션 상태로 남아있는 시장이에요. 이런 곳은 저희가 진입해 독과점을 할 수 있는 시장이에요. 저희 서비스 중 페이시라는 스타트업 대상으로 기자재를 렌탈해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이도 저희가 마켓을 독과점하고 있어요. 보통 렌탈 업체들이 스타트업 대상으로는 리스크가 있어 렌탈을 안해주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하고 있고 지금 성과도 좋게 나오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시장이 작다고 하더라도 저희가 사용하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포텐셜이 크기 때문에 작은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검증할 수 있다면 회사의 성장성은 크다고 봐요. 그런면에서 작은 시장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하게 실험해보는 과정을 저희는 더 중요시해요. 시장이 큰 곳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다가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곳이 기술을 도입해버리면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저와 주니어 기획자 한분이 같이 고민해서 트위그 서비스 컨셉 기획안을 발표했는데 저희 회사의 몇몇 밀레니얼 세대 분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의지를 보여서 시작하게 됐어요. 작년에 해외 상장주식 붐이 있었고 국내의 비상장 주식들도 붐이였어요. 하지만 국내 비상장 주식들은 한국의 시장크기가 작아 협소한 부분이 있어요. 전세계 주식 규모를 봤을때 미국이 25%로 가장 많고 그다음인 중국은 15%에요. 그에 비해 한국은 2%밖에 안되요. 그래서 해외 비상장 주식을 국내에 가져오면 국내 투자자들이 관심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보통 최소의 기능만 담은 제품이 MVP가 되는데 트위그는 애초에 성향이 다른 서비스와 많이 달라서 제품 MVP를 만들기까지 1년이 걸렸어요. 아이디어는 작년 3월에 나왔는데 아직 정말 부족한 수준의 MVP가 올해 2월에 나왔어요. 저희가 이때까지 테스트한 서비스에 비해서 제품 MVP를 출시하는 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죠.
제품 MVP가 나오기 전에는 일단 작년 가을에 컨셉 검증을 하기 위해서 프로덕트 없이 거래를 먼저 해봤어요. 저희가 갖고 있던 가설 중 하나가 SpaceX, Robinhood와 같이 정말 유명한 회사들의 비상장 주식을 가져오면 초기 사용자들을 빠르게 모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가장 처음 가져온 딜은 앤트파이낸셜이라고 해서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회사의 주식이였어요. 딜을 가져오긴 했는데 주식 거래는 광고를 하면 불법이라 우선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관심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반나절 만에 저희가 가져온 딜만큼의 사람이 다 모인거에요. 그전에 런칭했던 서비스들의 MVP 검증단계를 비교해봤을때 이거는 반응이 너무 뜨거웠어요.
그 후에 지금 디스콰이엇에 올라간 트위그 앱을 개발해서 2월 5일에 런칭을 했어요. 역시 주변 지인분들께 서비스를 알렸는데 지인분들이 페이스북, 트위터에 올려주시고 그게 퍼져서 기자분들께서도 연락을 주시고 기사를 써주셨어요. 처음에는 SpaceX딜을 어떻게 가져와서 올렸어요. 최소 투자 금액이 45억이여서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하기 정말 쉽지 않은 딜이였어요. 이걸 보고 사기가 아니냐는 이메일도 많았어요. 그러다 중간에 딜이 무산이 되었어요... 어째든 이렇게 트위그는 비교적으로 니즈 검증은 쉬운데 오히려 그 외에 것들이 너무 어려워요.
원래 제일 처음에 하고 싶었던건 매우 좋은 해외 비상장 주식 투자 딜을 개인들이 10만원, 20만원의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고 저희는 부담되지 않는 수수료를 받는거였어요. 그런데 하다보니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우선 규제가 항상 이슈에요. 해외에 비상장 주식을 안전하게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면서 규제를 어기면 안되는게 중요해요. 금융 규제를 보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목적의 규제가 있어요. 미국이건 한국이건 자산이 많지 않은 개인들이 위험하게 투자했다가 손실이 나서 여러가지 피해가 생기는 것을 막는 차원에서 규제를 많이 만들어 놨어요. 근데 이게 역차별이기도 해요. 이런 규제 때문에 부유층이 더 좋은 투자기회를 얻을 수 밖에 없게 되어있어요. 그리고 부유층을 타깃하면 수수료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금융쪽 인재들도 부유층을 타깃한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에만 관심을 갖게 되요. 이런걸 보면 금융 규제가 블록체인 같은 기술 트렌드를 수용하는데 아직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궁극적으로 어린 규제가 개선되어 부유층만 가능했던 투자기회를 일반인들에게도 열고자 하는게 목표에요.
그 외에도 뒷단에 까다로운 일이 엄청 많아요. 앱을 개발하는 건 정말 빙산의 일각이죠. 예를 들어서 저희가 Robinhood 딜을 10억 정도 가져올 기회가 생겼었어요. 10억이면 작은 규모의 투자인데 이정도를 하려고 해도 실사를 나가고, 계약서를 꼼꼼히 검증하고, 주식가격에 적정한지 검토하고, 외환 거래 이슈, 은행 보험, 세금, 법률, 금융 서비스에 대한 광고 규제 등 고려할게 너무 많아요. 게다가 최근 코로나로 인해 이걸 다 리모트로 처리해야되는 이슈도 있어요.
그리고 중간에 딜이 무산되는 것도 있어요. 아까 이야기한 SpaceX의 사례도 있고 싱가포르의 라이드쉐어링 서비스인 Grab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요. Grab이 펀드레이징이 잘 안되면서 시장에 물량이 많이 나왔었어요. 그래서 주당 7달러 가격에 딜을 가져왔는데 갑자기 그랩이 2조원 규모의 loan을 받았다는 뉴스가 떴어요. 그러더니 나스닥 상장한다는 소리가 퍼지면서 순식간에 팔겠다는 사람들이 다 사라졌어요.
초기 멤버 5~6명은 대부분 같이 일했거나 알고 지내던 분들로 시작했어요. 이후 합류하신 분들도 대부분 임직원 혹은 지인들이 소개해주셔서 조인하셨어요.
요즘 UI/UX에 대해 관심이 정말 많은 것 같은데 초기 니즈 검증용 MVP를 만들때는 UI/UX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희도 초기 몇 개의 서비스들은 MVP개발할때 UI/UX에 집중을 했었는데 뒤돌아보니 너무 여기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놓는 시점에 다 바뀌었기도 하구요 ^^;) 흰색 바탕에 검정색 글이여도 SpaceX 비상장 주식거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저희 서비스를 쓸거거든요. 프로덕트보다도 프로덕트에 얹히는 컨텐츠를 검증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컨텐츠와 시장의 핏이 잘 맞는지를 검증해야 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지금 니즈 검증은 한 상태에요. 해외 비상장 주식 거래에 사람들이 관심은 확실히 많은 것 같아요. 컨텐츠와 시장 핏을 확인한거죠. 이제는 프로덕트를 제대로 기획하고 개발하고자 해요. 저희는 Social Investment Network Service를 생각하고 있어요. 투자에 특화된 SNS인거죠.
밀레니얼 세대들이 사회에 나와서 겪는 상실감,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반감을 해결하는 투자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나라에도 Elon Musk의 팬들이 많은데 Elon Musk가 이전에 트위터에서 모두가 SpaceX 주식을 소유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갖게 해주겠다고 올린 적이 있는데 아직 규제 때문에 이를 실현시키기가 쉽지는 않아요. 저희는 어떻게 하면 투자규모의 허들을 낮출 수 있을지 계속 고민을 해나갈 계획이에요.
열정적인 프로덕트 리드도 있고 가이드를 해줄 시니어 PO도 있고 우수한 디자이너도 있는데 이분들과 같이 일할 경력 3~7년 사이정도의 모듈서비스 리드를 찾고 있어요. 큰 프로덕트를 나눠서 기획할 수 있는. 현재 디자이너 두 분인데 디자이너 분들도 찾고 있다. 엔지니어도 모집하고 있다. 즉, 대대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가진 가능성을 활용해 우리 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고자 하는게 목표에요.
제품 개발에서 제일 중요한 건 하는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애자일 프로세스를 쓰고 있어서 하루 단위로 스탠드업 미팅을 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행복하지 않은 팀원이 있으면 이게 다른 팀원들의 집중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저희는 룰이 없어요. 최대한 상황에 맞춰요. 퇴근 시간도 조율이 가능하고 근무방식도 최대한 개인의 취향에 맞추려고 해요. 풀타임이지만 주 3일만 일하는 분도 계세요. 개인이 work life balance를 중요하게 여기면 거기에 맞춰줘요. 팀원 중 키우던 강아지가 노령화 되서 많이 아파 기한없이 재택하시는 분도 계세요. 직장에 왔을 때 압박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써요.
현재 트위그의 MVP버전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출시하려 해요. 이를 도와줄 역량있는 서비스 기획자를 찾고 있어요. 그리고 디자이너나 개발자분들도 저희가 하는 일에 관심이 있으시면 언제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